[동아일보]인터넷 실명제 폐지, 선플운동이 답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2관왕을 차지하고 금의환향한 기보배 선수가 환영 행사에서 악플에 시달렸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최초로 체조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에게는 “가난을 이용해 돈 번다”, “후원금 많이 받았으니 비닐하우스 털러 가겠다”는 악플이 달렸다. 악플에 시달렸던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도 “2년 동안 참 많이 울었다”라고 심경을 고백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악성 댓글은 그 전파력이 매우 강하며, 일단 피해를 본 후에는 피해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악플로 수많은 유명인, 청소년이 생명을 버렸고, 무차별적인 인터넷 마녀사냥으로 고통당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환영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한편에서는 익명의 인터넷 마녀사냥과 인신공격성 악플이 더욱 기승부릴까 봐 우려한다.
현재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다시피 한 월드와이드웹(www) 인터넷 환경은 불과 20여 년 전인 1991년에 탄생했지만 그 짧은 사이에 인류의 삶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인터넷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의 위험성이 세계적으로 처음 알려진 것도 불과 7년 전인 2005년 ‘지하철 개똥녀 사건’에서부터였고, 특히 2007년 초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선플 달기(선한 댓글 달기)는 청소년들이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 등을 숙독한 뒤, 근거 없는 비방성 악플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그 피해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착한 댓글 달기를 한다. 또 거리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악플의 폐해와 선플의 필요성을 홍보한다. 고등학생들이 초등학교를 찾아가 선플 교육을 하는 봉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는 선플 활동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얼마 전 강남경찰서와 함께 학생 14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50% 이상이 선플운동이 본인의 언어순화와 학교폭력 감소에 도움이 됐고, 논술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악플을 달던 학생도 25.2%에서 선플 활동 참여 후 3.1%로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인성교육은 어릴 때부터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게시물을 작성한 적이 있는 10대의 50%가 악플을 단 경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폭력은 언어폭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선플운동을 통한 청소년 인성교육은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의 해결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선플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생각 없이 쓴 악성 댓글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됐어요”, “선플 달기를 하다 보면 바른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게 생활화되는 것 같아요”, “제가 선플을 달면 악플이 별로 안 달리는 것 같아요. 내 노력으로 악플을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소감을 말한다.
2007년 순수 비영리 민간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선플운동에는 전국의 많은 선플 지도교사와 학부모 및 회원이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과 청소년 인성교육 실천을 위한 선플 활동은 우리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공익 활동이다. “선플운동 참여를 계기로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청소년을 많이 봐 왔다”는 한 지도교사의 말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인성교육으로서 선플활동의 효과를 잘 보여 준다. 선플운동에 사회 각계각층의 폭넓은 참여와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민병철 선플국민운동본부 이사장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