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7) [예향 초대석-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 “한국문화의 핵심은 따뜻한 마음, 바로 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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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초대석-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 “한국문화의 핵심은 따뜻한 마음, 바로 情이죠”
[K-컬처 가이드북]
‘오징어 게임’ 계기 ‘LAND OF SQUID GAME’ 펴내
전통놀이·생활문화 통해 K-컬처 널리 소개하고 싶어
2007년 시작한 선플달기 운동 ‘인터넷 평화운동’으로 확산
글로벌 인재 양성 앞장…노던일리노이대 ‘자랑스런 동문상’도
한국문화 알리기와 선플달기 운동, 창의 비즈니스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
‘국민영어 선생님’으로 널리 알려진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교육학 박사)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활동과 ‘선플(좋은 댓글) 달기 운동’을 꾸준하게 펼쳐오고 있다. 최근 20대 프로배구 선수와 유명 유튜버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LAND OF SQUID GAME’(오징어 게임이 탄생한 나라)을 펴낸 민 교수를 전화로 만나 K-컬처와 선플운동에 대해 들었다.
◇“이제 한국인의 뿌리인 K-컬처를 알릴 때”=“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내 어릴 적에 하던 놀이들이어서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세계인들의 관심이 K-팝, K-무비 등 ‘한류’(Korean Wave·韓流)에 쏠려 있을 때 한국 전통놀이와 생활문화를 통해 K-컬처를 널리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는 최근 우리말과 영어로 한국문화를 알리는 ‘랜드 오브 스퀴드 게임’을 출간했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Netflix)에서 방영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연출 황동혁)에서 등장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 전통놀이를 비롯해 외국인 시각에서 생소하게 보일 수 있는 한국 생활문화와 행동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로 쓴 이유에 대해 “영어를 배우는 분들 모두가 K-컬처 가이드가 돼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K-컬처 가이드북을 내시게 된 이유는.
“미국에서 나눈 많은 외국사람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1993년에 한국인과 미국인의 문화와 행동의 차이를 다룬 ‘Ugly Koreans, Ugly Americans’을 출판했다. 그동안 꾸준히 책의 내용을 보완해왔다. 지난해 2월부터 개정 증보판 원고를 쓰고 있었는데 ‘오징어 게임’이 나오면서 세계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그래서 한국에 초점을 맞추어 ‘오징어 게임’을 포함해 추가적인 한국 전통놀이를 소개하고, 외국인들의 눈에 특이한 한국인의 생활문화와 외국인들이 특이하게 보는 한국인의 행동방식에 대해 한국어와 영어로 ‘랜드 오브 스퀴드 게임’을 쓰게 됐다.”
-한국 전통 놀이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에 등장하는 ‘깍두기’가 대표적인 예시다. 짝이 맞이 않아 놀이에 끼지 못하는 힘없는 아이까지도 챙겨주는 한국 특유의 ‘정’(情)을 잘 드러냈다는 것이다. 정이라는 것을 단어로 설명하긴 참 어려운데 놀이문화로 설명해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청년시절부터 줄곧 해외에 한국문화를 널리 알려오셨다. 최근 BTS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등 한류 열풍에 대한 소감은.
“한국은 1950년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적을 이룬 나라이다. 내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만 하더라도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가?’ ‘한국에 전기가 들어오는가’를 묻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이제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과 한국인의 우수성에 대해 듣게 된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의 발전 동력을 꼽자면.
“한국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의성’과 빨리빨리 문화에서 나오는 ‘신속성’,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품앗이 문화’, 그리고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치매와 코로나에 걸린 93세 어르신을 위해 근무시간이 지나서까지 화투를 쳐주며 말동무를 해주는 ‘한국인의 정’ 문화이다. 이 정을 뿌리로 어려운 이웃을 서로 돕고, 배려해주는 한국인들의 생활문화가 있다. 다른 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이것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싶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 비즈니스’ 강의를 하는 민 교수.
◇유튜브에 K-방역 공유 홍보영상 올려=민 교수의 해외 한국문화 알리기 활동은 40여년 전인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어가 서툴러 어려움을 겪는 미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생활영어를 가르치던 미국 유학 시절, 뜻있는 교민들과 민간단체인 ‘시카고 한국문화원’을 만들고 한국음식과 문화를 선보이는 ‘한국 문화의 날’을 성황리에 개최한게 첫걸음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첫 해인 2020년 5월에는 K-방역(한국의 코로나 대응방식)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How Korea is fighting against COVID-19’(대한민국의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라는 제목의 7분 길이의 영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현재 ‘민병철 교육그룹’을 이끄는 한편 세계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 알리기를 비롯해 영어와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라는 ‘도구’를 활용한 ‘글로벌 인재양성’과 ‘인터넷 평화운동(선플)’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민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대학에서 ‘창의 비즈니스’(Business Creativity)를 강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학생들이 글로벌 취업·창업하려 할 때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강좌다. 영어로만 진행하는 강좌에는 한국을 비롯해 14개국 출신 외국 학생들이 수강한다. 무엇보다 이들을 ‘창의력’과 함께 ‘이타심’(利他心)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게 교육 목표이다.
강의 내용과 방식도 새롭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회사를 만든 후 ‘혁신적인’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실제처럼 새로운 스마트폰 앱을 개발·창업하는 제안서를 만든 후 연관 기관·기업을 찾아가 미팅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는 앞으로 ‘메타버스를 통한 창업’ 강의를 대학뿐만 아니라 중·고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플’(좋은 댓글)은 온라인 백신=이와 함께 민 교수는 지난 2007년 봄 학기부터 대학 강의실에서 ‘선플’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문화운동을 시작했다. 그해 1월,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리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26살 여가수의 충격적인 자살사건이 계기로 작용했다. 같은 해 5월 23일 비영리 민간단체인 ‘선플재단 선플달기 운동본부’를 발족, 선플운동을 본격적으로 나섰다.
‘악플’(나쁜 댓글)에 대응하는 ‘선플’은 한자 ‘착할 선(善)’에 영어 ‘Reply‘(댓글)를 합친 신조어이다. 영어로는 ’SUNFULL’로 표기하는데 ‘햇살이 가득한 사이버 세상’(Full of Sunshine)을 의미한다.
선플재단은 그동안 인터넷 상에서 악플과 혐오표현,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청소년 인성교육과 캠페인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선플은 인성교육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선플 인성교육’은 청소년들의 건전한 언어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고,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교육현장에서 확인됐다.
15년이 흐른 현재, 선플 운동은 온라인은 물론 실생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산되며 세계 평화를 위한 ‘인터넷 평화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선플 재단의 많은 활동 가운데 중국 쓰촨성(四川省) 대지진(2008년)과 미국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사건(2012년), 일본 구마모토(熊本) 대지진(2017년) 등 참사가 발생했을 때 한국 네티즌들이 벌인 추모·위로 선플 운동이 눈에 띈다. 중국과 일본 네티즌들 또한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추모와 위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반도 평화와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평창 평화선언식(2017년).
특히 선플 재단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 조성에도 일조했다. 2017년 겨울에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한반도에서 일촉즉발(一觸卽發) 전쟁 위기가 고조됐을 때 비무장지대(DMZ)에서 ‘평창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얼마 후 미국 -북한 간 대결 상황이 극적으로 풀리면서 기적처럼 선언이 현실로 이뤄졌다. 민 교수는 선플 인터넷 평화운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모교인 노던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했다.
전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의 새해 포부에 대해 물었다.
“대선(大選) 정국에 난무하는 막말과 악플 대신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의 표를 얻는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피선거권(선거에 입후보해 당선인이 될 수 있는 권리) 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조정됐는데, 초등학교부터 선플 운동이 정착된다면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을 빛내는 인재로 양성될 것 같습니다. 또한 새해에는 다른 나라까지 영역을 넓혀 전 세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선플 운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