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4) 한국인의 情이 '깍두기' 아닐까요? 놀이에 끼지 못하는 친구도 품는게 우리 문화죠 [Weekend 핫피플https://www.fnnews.com/news/202201131711095419
한국인의 情이 '깍두기' 아닐까요? 놀이에 끼지 못하는 친구도 품는게 우리 문화죠 [Weekend 핫피플]
국민 영어선생님에서 K컬처 가이드로
랜드 오브 스퀴드 게임 출간한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
왜 오징어 게임 책인가?
1970년대말 미국 가니
한국에 전기 들어오냐 물어
그런데 이젠 '오겜'의 나라돼
닭싸움·말뚝박기·윷놀이 등
전통놀이로 한국 문화 이해를
선플 전도사로도 유명한데
운동 시작한지 벌써 15년째
댓글 달기 전 생각해봐야
내가 쓴 한 줄의 글이
상대방의 영혼을 파괴하고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걸
'국민 영어선생님'으로 유명한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우리의 전통놀이와 생활문화를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한 책 '랜드 오브 스퀴드 게임(Land of Squid
Game)'을 펴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국인의 情이 '깍두기' 아닐까요? 놀이에 끼지 못하는 친구도 품는게 우리 문화죠 [Weekend 핫피플]
'국민 영어선생님'으로 유명한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우리의 전통놀이와 생활문화를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한 책 '랜드 오브 스퀴드 게임(Land of Squid Game)'을 펴냈다. 사진=서동일 기자
최근 '한류 열풍'의 주역을 꼽는다면 단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이 드라마에 출연했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는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드라마에서 소개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같은 한국 전통놀이와 '품앗이 문화', '한국인의 정(情)' 등 한국 특유의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TV 생활영어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민 영어선생님'으로 유명한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가 최근 '한국 전통놀이와 생활문화'를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한 '랜드 오브 스퀴드 게임(Land of Squid Game)'을 출간했다. 민 교수는 "어릴 때 우리가 직접 하던 전통놀이를 소개해주는 것인 만큼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 놀이문화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가치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 교수와의 일문일답.
―왜 이 책을 쓰게 됐나.
▲'오징어 게임'을 흥미롭게 봤다. 내가 어릴 적 하던 놀이들이어서 더 관심을 갖게 됐다. K팝, K무비 등 한류로 인해 세계인들의 관심이 한국에 쏠려있을 때 우리의 전통놀이와 생활문화를 통해 K컬처를 널리 소개하고 싶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드라마에 나오는 놀이 외에도 닭싸움, 말뚝박기, 윷놀이 등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전통놀이도 추가했다.
―한국 전통 놀이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깍두기'가 대표적인 예시다. 짝이 맞지 않아 놀이에 끼지 못하는 힘없는 아이까지도 챙겨주는 한국인 특유의 '정(情)'이 잘 드러나 있다. 정의 의미를 영어로 설명하긴 매우 어렵지만 놀이문화로 설명해주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한국 생활문화의 예를 들어본다면.
▲한국은 빨간펜으로 사람 이름을 쓰는 것을 금기시한다. 출생 이후 '0살'인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는다. 오래된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려고 살펴보면 3층 다음이 4층이 아니라 5층인 경우가 많다. 일부 젊은 여성들이 왜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지, 집들이 선물로 화장지나 세제를 주는 이유 등을 외국인들은 잘 모른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기본적으로 영어로 책을 집필했지만, 한국 사람 모두가 'K컬처 가이드' 역할을 담당해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영어와 우리말이 동시에 나오도록 책을 편집했다.
―영어를 쉽게 배우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기본 표현을 적고, 그 내용을 반복연습을 통해 익혀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외국인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방법은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전화를 통해서 대화를 해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외국인들에게 이 책에 나오는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흥미롭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의 생활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해준다면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유학때도 한국문화 알림이 역할을 했는데.
▲미국 시카고에서 유학할 때 파트타임으로 여러나라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1978년 시카고 교민들과 함께 '한국문화원'을 만들고 부채춤, 승무, 태권도 등을 현지인들에게 보여주는 문화행사를 통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후에도 한국인과 미국인, 일본인과 미국인, 중국인과 미국인의 문화와 행동의 차이를 다룬 책들을 출판하고 강연을 해왔다.
―당시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어땠나.
▲'한국이 어디에 있나', '한국에 전기가 들어오나' 같은 질문을 받던 시절이다. 그럴수록 한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한국인'이라고 하면 누구나 반겨주는 세상이 됐으니 정말 자랑스럽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은 전쟁의 폐허로부터 기적을 이룬 나라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의 근본은 한국인의 창의성과 근면성, 빨리빨리문화에서 나오는 신속성,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국인의 '정' 문화다. 정을 뿌리삼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배려해주는 한국인들의 생활문화가 있다. 이것을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알렸으면 좋겠다.
―대학에서 다양한 형태의 강좌도 열고 있는데.
▲2011년부터 건국대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취업·창업 분야에서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혁신창업(Business Creativity)' 강좌를 열어 11년간 강의해왔다. 지난해 3월 중앙대 석좌교수로 임용되면서 메타버스를 통한 '미래혁신 아이디어 제안' 강좌 등을 개발해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재 강의 중이기도 하다. 최근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현실영어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가상의 여행공간 '유폰랜드'를 오픈하기도 했다.
―'선플운동의 전도사'로도 유명하신데.
▲지난 2007년 중앙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을 때 한 유명 가수가 악플로 인해 세상을 떠난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에게 '악플'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플'을 달아주는 과제를 내줬는데 순식간에 570여개의 아름다운 선플이 달렸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악플의 폐해를 깨닫고 선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선플운동에 나서게 됐다. 선플운동을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네티즌들이 다른 사람에게 댓글을 보내기 전에, '내가 쓴 한 줄의 글이 상대방의 영혼을 파괴하고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댓글을 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백신도 발표했는데.
▲그동안 선플운동을 하면서 사이버 폭력 가해자뿐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들과 만났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이 가해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한때는 악플 피해자였다는 사실이다. 2020년 사이버 폭력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가해자의 92.4%가 사이버 폭력을 당해본 사람들이다. 이같은 사례를 방치하면 사이버 폭력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이버 폭의 유행병'에 비유될 수 있다. 이같은 유행병을 막는 방법은 바로 상대방에게 악플 대신에 응원과 격려의 선플을 다는 것이다. 선플이 바로 사이버 폭력의 백신이다.
― 악플 없는 날이 올까.
▲선플운동이 공식 출발한 5월 23일을 '악플 없는 날'로 정했다.
말 그대로 일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악플을 달지말자는 의미에서다. 곧 한국에선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전 세계에선 각종 이슈로 막말과 증오가 담긴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일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악플 대신 응원과 존중의 언어로 소셜미디어를 채운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지겠나.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