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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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철 교수 인터뷰 및 칼럼

Interview & Column

민병철 교수 인터뷰 및 칼럼

[중앙일보] 영어 때문에 왜 난리인가
관리자
2017.06.02 16:43:43 · 조회:1426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실용영어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다. 고등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문법과 독해 위주로 공부를 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려면 기업체에서 외국인과의 실전에서 필요한 대화체 영어와는 거리가 먼 각종 시험 성적이 필요했다. 학생들이 실용영어를 배울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되는 영어 교육 역시 대부분의 어린이가 1~2년간은 대화체 영어를 배우다가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둔 학부모들에 의해 4~5학년 때부터는 문법·독해 중심의 공부로 돌아서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 습득의 최적 나이(critical age) 12~13세 이전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지방에서 태어난 어린이가 12~13세가 넘어서 서울에 오게 되더라도 평생 사투리를 고치기가 어렵듯이 실용영어 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해 6학년까지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경제적이란 말이 된다. 이렇게만 된다면 향후 한국 학생들은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대화체 영어는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학교에서 실용영어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어학교육의 최종 목표는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의 네 기능을 통해 목표 언어(target language)로 원어민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시절에 6년 동안 영어를 배운 시간이 평균 한 달 남짓(교육부 7차 교육과정)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간도 외국인과 통하는 생활영어를 배운 게 아니라 입시 위주의 문법·독해 공부만을 한다. 한국인이 태생적으로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영어를 배운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즘처럼 온 나라가 영어 때문에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다. 영어 회화는 학문이 아니라 기술이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라도 마음먹고 영어 교육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말하기 훈련을 쌓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정확히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으면 쓰는 것도 쉽게 습득된다. 실용영어 구사 능력은 영어 교육 정책을 바꾸면 쉽게 습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쓰는가가 문제이므로 학습 내용을 모국어인 한국어로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그러므로 공교육에서 영어 전담 교사를 채용할 때만큼은 신중해야 한다. 급한 김에 영어를 좀 한다고 무작위로 채용할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의 기본 자격을 갖춘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직 교사들을 포함해 4년 이상 교사가 되기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해온 교사 준비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집중 영어 연수를 통한 임용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특히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한국인 영어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해 영어가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 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평생 동안 외국인을 한 번도 접하지 않고도 잘사는 사람이 많듯이 국민 모두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다만 무한경쟁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국가 성장 동력이며, 영어 공교육이 활성화된다면 앞으로 우리 학생들은 적어도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개혁 방안은 첫째 초등학교 1학년부터의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둘째로 대학입시 문제를 실용영어 위주로 출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체에서 신입사원 채용 시 영어문제를 실용영어 위주로 낸다면, 학생들의 실용영어 능력은 저절로 가속이 붙을 것이다.